
-시애틀에 라일락 꽃이 필 때 쯤이면-
시애틀에 라일락 꽃이 필 때 쯤이면, 한 겨울 내 쉼 없던 나의 비님도, 지친듯 수줍은듯 햇살 뒤에 몸을 감추곤 한다.
시애틀에 라일락 향기가 창을 두드리면, 한 겨울 내 사랑하던 술람미 나의 비님도, 이별을 예감하듯 창문을 연다.
시애틀에 라일락 꽃이 바래질 때 쯤이면, 입술을 깨물던 나의 비님도, 해맑은 햇살에, 못내, 이별을 준비한다.
시애틀에 유월이 올 때 쯤에는, 라일락은 무성한 잎만 남겨지고, 나도 나의 비님도, 끝내, 서로를 잊기로 한다.
시애틀에 유월이 질 때 쯤이면, 햇살은 포도원의 작은 여우가 되고, 나도 나의 비님도, 이젠, 서로를 망각한다.
-앞 뜰에 있는 라일락을 보며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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